언론보도 | [2023년 3월] '넥스트 팬데믹' 준비하는 과학계···대응 어떻게?
- 관리자
- 23-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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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코로나19환자가 발생한지 3년이 지났다. 그동안 필수였던 마스크는 선택이 됐다. 쇼핑몰, 음식점 등을 시작으로 지난 20일에는 대중교통까지 마스크 착용이 자율화됐다. 코로나19 발생은 줄어드는 추세다. 최근 일일 국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매번 반복되는 일이지만 신종감염병 유행을 겪을 때 마다 체계적인 보건의료구축과 R&D필요성이 강조된다. 하지만 유행이 끝남과 동시에 경각심은 낮아진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등에서 우리는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 과학기술계는 오랫동안 새로운 감염병 유행에 대비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신·변종감염병의 대부분은 동물과 사람 간 서로 전파되는 인수공통감염병에서 시작되는 만큼 인류가 지구에 생존하는 한 계속 반복이 계속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항생제 개발과 예방접종 발달로 전염병이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신·변종 감염병을 완벽하게 제어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변화, 가축의 대량생산 등 변화로 오히려 더 많은 새로운 감염병이 계속 발생하는 상황이다.
◆ 한국형 감염병 후보군 발표, 선제적 감염모델 개발한다
"전임상시험법 고도화 로드맵을 그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정에 맞는 감염병을 추리고 여기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감염모델개발을 하고자 합니다."(고경철 박사(국가전임상시험지원센터장))
WHO(세계보건기구)는 주기적으로 연구개발 필요성이 시급한 감염병 후보군 병원체 목록 우선순위를 발표한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팬데믹 대응을 위한 연구에 우선순위를 두고 집중할 수 있도록 제안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팬데믹 가능성이 높은 감염병 후보군 리스트업을 준비 중에 있다. 국가전임상시험지원센터 주도 하에 20여명의 전문가가 모여 올 중순 목록을 발표하고, 선제적 감염모델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선제적 감염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팬데믹 이후 필요한 백신과 치료제의 유효성을 살피기 위해 감염모델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감염병은 유행이 시작됐을 때 조기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선제적 감염모델을 개발해 치료제와 백신을 빨리 만들어내야한다.센터를 이끄는 고경철 박사는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치료제나 백신, 전임상 실험에 필요한 무기가 필요하다"며 "우선순위에 따른 감염모델을 개발해 감염병 종류에 맞는 영장류, 소동물, 오가노이드 등 A~Z까지 전임상 시험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산학연 백신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수요를 받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 생명연, 영장류 가능 ABL3인프라 확충
국내 유일 원숭이 동물 모델을 공급할 수 있는 생명연은 신·변종감염병 대응을 위한 생물안전 3등급 연구시설(ABL-3)인프라를 확충하며 새로운 감염병 위험에 대응한다. 원숭이를 키울 수 있는 케이지를 16개에서 4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올해 10월 증축 설계를 마치고 2025년부터 사용을 목표로 한다. 치료제와 백신은 안전해야한다. 이에 마우스 토끼 등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이 진행된다. 하지만 사람에게 치명적인 감염병의 경우 유전적으로 사람과 유사한 영장류를 대상으로 연구가 많이 이뤄진다.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는 많은 시간과 예산을 필요로 하지만 코로나19의 경우 굉장히 속도가 빨랐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영장류 감염모델 구축이 꼽힌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0년 세계4번째로 영장류감염모델을 구축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기여했다. 국내에 영장류감염모델이 구축되지 않았다면 해외로 직접 후보물질을 가지고 가는 등 의존을 피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코로나19 이후 많은 기관들로부터 영장류 감염모델 전임상 실험을 요청받았지만, 국가영장류센터는 산학연 백신치료제 후보물질 수요를 위한 기관은 아니었다. 영장류를 직접 들여와 연구한지 10년도 채 안된 기초원천 R&D를 위한 소규모 시설이었다. 하지만 국가적 재난에 발 빠른 지원으로 코로나19 연구를 위한 영장류 모델 등을 지원하며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크게 기여했다. 홍정주 국가영장류센터 책임연구원은 "우리가 구축한 파이프라인이 향후 산학연 수요에도 문제없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면서 변이나 비임상 등 빠른 변화에 도움 되는 접근방식의 연구를 수행하겠다"며 "다음 신·변종 감염병이 무엇이 될지 예측 할 수는 없지만, 국내 연구자들이 백신이나 치료제를 만들 때 해외에서 영장류 실험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모델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 원자력연, 치료제 제형 및 흡수 분포 등 연구
박상현 원자력연 연구팀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신약후보 물질의 효능평가연구를 통해 차기 감염병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약물이 체내에 어떻게 흡수되고 분포되며 배설하는지 등을 정확히 알면 약복용 주기, 적합한 약물 제형, 부작용의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분석할 수 있다. 약물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붙이면 이런 과정들을 눈으로 확인 가능하다. 박 박사는 2007년 해외에 의존해온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신약후보 물질의 효능평가를 국내기술로 성공한 바 있다. 당시 말라리아 치료제 피로나리딘 테트라포스페이트의 체내 거동을 확인했다. 박 박사는 "개발된 치료제나 백신에 따라 방사성동위원소를 어떻게 붙일지, 쓰이는 영상기법도 달라진다"며 "꾸준한 연구기법 개발로 약물의 흡수분포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 고 설명했다.
◆ 파스퇴르연, 감염병 연구 전문 인력 양성
연구를 하는 것은 사람이다. 이에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2022년부터 '감염병연구 전문 인력 양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감염병에 최적화된 생물안전 2등급 및 3등급 시설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문 연구 인력을 키우는 것이 목표다. 이와 함께 파스퇴르연은 ABL3, 자원은행으로 구성되는 바이러스연구자원센터를 올해 완공, 향후 수도권 산학연 연구자에게 개방한다. 디미트리 라빌레트 파스퇴르연 연구부문총괄부소장은 "수도권 지역 바이러스 기초연구 핵심 인프라를 확대하고 국가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미래 감염병 발생에 대비하기 위한 시스템 역량 향상 전략도 추진 중이다. WHO가 발표하는 감염병 우선순위 목록 등 가용지식을 바탕으로 감염병 출현을 평가분석하기 위해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의 개발도상국을 포함하는 파스퇴르 네트워크와 협력해 현지의 병원체를 감시, 식별, 분석하기 위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구축하고 있다.
디미트리 부소장은 "국내 주요 연구기관과 협력해 코로나19,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일명 살인진드기) 등 신·변종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산·학·연의 치료제 및 백신 개발 연구를 지원하는 등 미래 감염병 대응을 위한 국내협력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조용한 팬데믹으로 불리는 항생제 내성 대응, 소외된 질병으로 불리는 기생충(샤가스병), 아르보바이러스(댕기열)등 소외질환신약개발재단과 10년 이상 신약개발 연구협력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안전성평가연구소는 코로나19 이후 BL3시설을 갖춘 미니픽 및 감염동물시험연구동 동물실을 구축해 동물실험에서의 치료제 유효성 검증 新 감염병 플랫폼 구축, 마우스 모델 개발 통한 바이러스 생체 내 영향 등 감염병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이미옥 생명연 박사는 인간줄기세포 유래 오가노이드를 기반으로 감염병 대응연구를 수행 중이다. 국가전임상시험지원센터는 감염병 전임상데이터를 국가바이오데이터스테이션과 연계해 향후 신·변종 감염병 치료제나 개발 때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또 팬데믹 대응 KPEC검증 후보물질 은행을 구축해 신·변종 감염병 치료제와 백신에 필요한 후보약물들을 비축하고, 전임상 과정에서 검증된 후보물질로 구성된 팬데믹 응급상자 등을 구축해 산학연 전임상에 협조한다는 계획이다.
고경철 국가전임상시험지원센터장은 "우리나라 BL3, ABL3시설은 70여개가 넘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코로나19 당시 시설을 오픈해 산학연을 지원한 곳이 많지 않았다"며 "시설이 있다고 다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와 꾸준한 재원, 사명감이 필요하다. 이를 교훈삼아 다음 감염병이 오더라도 국가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산학연에 감염병 인프라를 공유했던 곳을 지속 지원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 헬로디디(http://www.hellodd.com)